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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특집 기획시리즈/가톨릭 문화유산 해설(미술,음악,건축)

새남터성지와 순교한 사제들

by 기쁜소식 알리기 202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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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 순교 성지

피로 쓴 신앙의 역사 — 조선의 강가에서 하늘나라로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

한강 모래사장에 새겨진 순교의 기억

서울 한강 변, 용산 근처에 자리한 새남터성지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숙연해지는 곳입니다. 조선시대 이 자리는 군사들의 처형장이었고, 수많은 가톨릭 신자와 사제들이 바로 이 모래사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성당과 순교 기념관이 들어서 있지만, 그 땅 아래 스며든 역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늘은 새남터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곳에서 순교한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조선의 천주교 박해, 왜 그렇게 가혹했을까?

조선은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삼은 나라였습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고 신분 질서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천주교는 지배층 입장에서 체제를 흔드는 위험한 사상이었어요. 18세기 후반, 정조 대왕 때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오면서 조선에 천주교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는데, 이후 조정은 천주교를 사학(邪學), 곧 '사악한 학문'으로 규정하고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박해를 단행했습니다.

조선의 가톨릭 박해는 단순한 종교 탄압이 아니라, 성리학적 국가 질서를 수호하려는 정치적 판단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신앙을 지킨 이들의 선택은 더욱 빛납니다.

새남터, 그 이름의 무게

새남터라는 이름은 '새 남쪽 터' 또는 '모래가 넓게 펼쳐진 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군사 훈련장이자 반역자를 처형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어요. 한강의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이 자리는 구경꾼들이 쉽게 몰릴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었고, 조정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 처형을 공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신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였죠. 그러나 역설적으로, 순교자들의 의연한 태도를 지켜본 민중들 사이에서 오히려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성 로랑 마리 조제프 앵베르 주교 — 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앵베르(Laurent-Marie-Joseph Imbert) 주교는 1796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가 된 인물입니다. 1837년 조선 제2대 대목구장으로 임명되어 목숨을 걸고 조선에 입국했어요. 당시 조선에 입국하는 것 자체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였지만, 그는 은밀하게 국경을 넘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풀었습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앵베르 주교는 더 많은 신자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자수를 결심합니다. 그는 "양들을 구하려면 목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헌에게 몸을 맡겼고, 같은 해 9월 21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했습니다. 성인품에 오른 것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했을 때입니다.

성 피에르 모방 신부와 성 자크 샤스탕 신부 — 함께 순교한 두 선교사

모방(Pierre Maubant) 신부는 1803년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으로, 1836년 조선에 입국한 최초의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중 한 명입니다. 그는 한국어를 익히며 전국을 다니다 기해박해 때 앵베르 주교와 함께 체포되었어요. 샤스탕(Jacques Chastan) 신부 역시 1803년생으로, 1838년 조선에 들어와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에서 선교 활동을 했습니다. 두 신부는 앵베르 주교와 같은 날인 1839년 9월 21일, 새남터에서 나란히 군문효수로 순교했습니다. 세 사람은 모두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이 날의 순교는 조선 천주교사에서 '기해 삼위 순교자'라 불리며 깊이 기억됩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

새남터 순교자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단연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입니다. 1821년 충청도(지금의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 시절 마카오로 건너가 오랜 신학 교육을 받은 뒤 1845년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조선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였어요. 귀국 후 그는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풀고 선교사 입국로를 개척하는 데 힘쓰다가 1846년 체포되었습니다. 옥중에서도 신앙을 굳건히 지키며 외국 선박과 내통했다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고, 그해 9월 1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했습니다. 향년 25세였습니다. 1984년 성인품에 올랐으며, 매년 9월 16일은 한국 교회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 기념일로 지냅니다.

병인박해(1866) — 조선 최대의 천주교 박해

1866년은 조선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해로 기록됩니다. 흥선대원군은 서양 세력의 침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박해령을 내렸는데, 이 병인박해로 9명의 프랑스 선교사와 수천 명의 조선인 신자가 처형되었습니다. 같은 해 프랑스는 자국민 선교사들의 죽음에 항의해 강화도를 공격했고(병인양요), 이것이 조선의 쇄국 정책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남터는 이 시기에도 여러 신자와 성직자의 처형지로 사용되었어요. 박해가 끝난 것은 1886년 조선과 프랑스가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였습니다. 근 100년에 걸친 박해 속에서 조선의 천주교 신자들은 굴하지 않고 신앙 공동체를 이어갔습니다.

순교의 땅이 성지로 — 지금의 새남터를 만나다

오늘날 새남터성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1956년 성당이 건립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증축·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어요. 성당 내부에는 순교자들의 유해 일부가 안치되어 있으며, 성지 곳곳에 순교자를 기리는 부조와 기념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매년 9월에는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 미사가 열리고, 전국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이 자리를 찾아 선배 신앙인들의 정신을 되새깁니다. 도심 속 작은 성지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시련을 이겨낸 신앙의 힘

새남터성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 이 사람들은 목숨까지 내어놓았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앵베르 주교, 모방·샤스탕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그리고 이름조차 기록에 남지 않은 수많은 신자들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깊은 믿음으로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들의 순교는 한국 가톨릭이 오늘까지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성지를 찾아가 조용히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그 역사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음에 서울 한강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잠시 새남터에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 새남터 관련 주요 역사적 사건 연표

※ 연도 순으로 정리한 주요 사건입니다.
연도 사건명 주요 내용 관련 인물
1784년 조선 천주교 창설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 조선 최초의 천주교 공동체가 형성됨 이승훈, 이벽
1801년 신유박해 순조 즉위 직후 대규모 천주교 박해. 중국인 주문모 신부 및 다수 신자 처형 주문모 신부, 정약용
1836년 모방 신부 입국 파리외방전교회 최초 선교사 모방 신부가 조선에 비밀 입국 성 피에르 모방
1837년 앵베르 주교 입국 조선 제2대 대목구장 앵베르 주교 입국, 전국 선교 활동 전개 성 로랑 앵베르
1839년 기해박해 헌종 때 대규모 박해. 앵베르 주교·모방·샤스탕 신부가 새남터에서 순교 앵베르, 모방, 샤스탕
1845년 김대건 신부 서품 상하이에서 조선인 최초 가톨릭 사제로 서품, 이후 조선 귀국 성 김대건 안드레아
1846년 병오박해 / 김대건 신부 순교 김대건 신부 체포 후 새남터에서 군문효수. 향년 25세 성 김대건 안드레아
1866년 병인박해 흥선대원군의 명령으로 조선 최대 규모 박해. 프랑스 선교사 9명·조선인 신자 수천 명 순교 베르뇌 주교 외 다수
1866년 병인양요 프랑스 해군이 자국민 선교사 처형에 항의하여 강화도 공격 로즈 제독(프랑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 조선-프랑스 조약으로 사실상 신앙의 자유 인정, 박해 종식의 계기 조선 정부, 프랑스 정부
1956년 새남터 성당 건립 순교 성지에 성당이 건립되어 본격적인 성지로 정비됨 한국 가톨릭 교회
1984년 한국 순교성인 103위 시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김대건 신부 포함 103위 성인품 수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참고 문헌 및 참고 사이트

  • 한국가톨릭대사전 편찬위원회, 『한국가톨릭대사전』, 한국교회사연구소, 1994–2006.
  • 최석우,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 한국교회사연구소, 1982.
  • 샤를르 달레 원저·안응렬·최석우 역, 『한국천주교회사』 (전3권), 한국교회사연구소, 1979.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공식 사이트 — www.cbck.or.kr
  • 새남터 순교성지 공식 사이트 — saenaemter.or.kr
  • 한국교회사연구소 — www.catholichistory.or.kr
  • Vatican News 한국어판 — www.vaticannews.va/ko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 db.history.go.kr

새남터성지와 순교한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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