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 특집 기획시리즈/가톨릭 문화유산 해설(미술,음악,건축)

강원도 성당 문화유산 여행: 산골 교우촌에서 피어난 풍수원성당과 용소막성당 이야기

by 기쁜소식 알리기 2026. 11. 4.
반응형

성당 여행이라고 하면 서울의 명동이나 대구의 계산동 같은 도시의 큰 성당부터 떠올리기 쉬워요. 그런데 강원도의 산자락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박해를 피해 깊은 산으로 숨어든 신자들이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우며 신앙을 지켜 온 자리, 그 위에 세워진 성당들이거든요. 오늘은 강원도 최초의 본당인 풍수원성당과 붉은 벽돌의 용소막성당을 따라 걸으면서, 시련을 이겨낸 한국 천주교의 시간을 세계사 흐름과 함께 천천히 짚어볼게요.

강원도 성당 문화유산 여행: 산골 교우촌에서 피어난 풍수원성당과 용소막성당 이야기

1) 왜 하필 강원도 산골이었을까? 교우촌의 시작

풍수원에 신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1866년 병인박해로 천주교 탄압이 더욱 심해진 때부터라고 전해집니다.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산간벽지로 숨어들었고, 화전을 일구거나 옹기를 구워 생계를 이으면서 신자촌, 곧 교우촌을 이루었어요. 교우촌은 단순한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서로의 믿음을 붙들어 주던 작은 교회 공동체였죠. 강원도의 성당 문화유산을 이해하려면 이 산골 마을의 사정부터 알아야 합니다.

 

2) 신앙의 자유가 열리다: 1886년 조불조약과 본당의 탄생

분위기가 달라진 계기는 1886년 조불조약(조선과 프랑스의 수호통상조약)이었습니다. 이 조약으로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었고,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는 1888년 안변에서 전교하던 르 메르 신부를 풍수원에 파견해 본당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풍수원은 강원도 최초의 본당이 되었어요. 숨어 살던 신자들이 드디어 사제와 함께 공개적으로 전례를 드릴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이 조약이 곧바로 모든 어려움을 없앤 것은 아니었지만, 교회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3) 풍수원성당: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완성된 신앙의 집

1896년 풍수원에 부임한 정규하 신부는 1910년에 지금의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을 준공했고, 1913년에는 사제관을 새로 지었습니다. 정면에는 돌출한 종탑부가 있고, 출입구는 아치형으로 열려 있어요. 종탑 꼭대기에는 낮은 팔각형 첨탑이 서 있고, 둥근 장미창과 뾰족한 아치창이 눈에 띕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목조 기둥을 벽돌 기둥처럼 보이도록 줄눈을 넣어 칠한 솜씨도 볼 수 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산골 신자들이 손수 가꾼 흔적이 느껴지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이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성당 건물은 1982년 11월 3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고, 1912년에 짓기 시작해 이듬해 완공한 구 사제관은 2005년 등록문화재 제163호로 지정되었어요. 성당과 사제관이 함께 남아 있어서, 교우촌에서 본당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습니다.

 

4) 용소막성당: 고딕을 변형한 소박한 붉은 벽돌 성당

원주 신림면의 용소막성당은 1904년 강원도에서 세 번째 본당으로 설립되었습니다. 고딕 양식을 변형시킨 소규모 벽돌조 성당의 전형적인 형태로 소개되며, 1986년 5월 23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되었어요. 도시의 웅장한 고딕 성당과 달리 규모는 작지만, 붉은 벽돌의 질감과 단정한 비례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두 성당을 하루에 이어서 보면 로마네스크와 변형 고딕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어서 여행 코스로도 좋아요.

 

5) 세계사 속에서 보면: 개항의 시대와 선교의 자유

강원도 산골의 성당이 세워지던 때, 세계는 제국주의와 개항의 물결 속에 있었습니다. 조선도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서구 열강과 차례로 조약을 맺었고, 그 흐름 속에서 1886년 조불조약이 체결됐지요. 박해의 시대에 신앙을 지킨 신자들의 인내와, 국제 질서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비로소 본당과 성당 건축이 가능해진 셈이에요. 그래서 풍수원과 용소막의 성당은 한 지역의 건물을 넘어, 믿음의 끈기와 시대의 변화가 만난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6) 성당 여행을 떠난다면: 기억해 두면 좋은 예절

성당은 관광지이기 전에 지금도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는 기도의 공간이에요. 미사 시간에는 방문을 피하고, 안으로 들어갈 때는 조용히 걸으며, 감실 앞에서는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은 전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찍고, 개방 시간과 방문 안내는 가기 전에 해당 본당이나 교구 안내를 확인해 보세요. 그렇게 천천히 머물다 보면, 박해를 견디고 이어진 신앙의 시간이 한결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한눈에 보는 연표: 강원도 성당 문화유산의 흐름

연도 사건
1866년 병인박해를 피한 신자들이 풍수원에 모여 교우촌을 이루기 시작함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조선의 개항
1886년 조불조약 체결로 신앙의 자유가 허용됨
1888년 르 메르 신부가 풍수원에 파견되어 강원도 최초의 본당 창설
1896년 정규하 신부가 풍수원에 부임
1904년 용소막 본당 설립(강원도에서 세 번째 본당)
1910년 풍수원성당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 준공
1913년 풍수원 구 사제관 완공(1912년 착공)
1982년 풍수원성당,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11월 3일)
1986년 용소막성당,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5월 23일)
2005년 풍수원 구 사제관, 등록문화재 제163호로 지정

 

참고문헌 및 참고 사이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횡성 풍수원천주교회」 (encykorea.aks.ac.kr)
  • 천주교 원주교구, 「용소막 루르드의 성모 성당」 (wjcatholic.or.kr)
  • 굿뉴스(가톨릭정보), 「원주교구 풍수원 성당」 (maria.catholic.or.kr)
  • 국가유산포털, 시도유형문화유산 「횡성풍수원천주교회」 (heritage.g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