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인물은 성 마리아 엘리자베트 헤셀블라드(Maria Elisabeth Hesselblad)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독일이 아닌 스웨덴 출신인데요,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으로 회심한 뒤 무려 600년 넘게 명맥이 끊겨 있던 브리짓타 수도회를 되살린, 그야말로 극적인 삶을 살았던 분입니다. 세계사와 가톨릭 신앙, 두 관점 모두에서 곱씹어볼 이야기가 많은 인물이니 편안하게 따라와 주세요.

그녀는 1870년, 스웨덴의 작은 마을 포글라비크에서 열세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집안은 루터교를 믿는 개신교 가정이었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 탓에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도와야 했습니다. 1888년, 열여덟의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홀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뉴욕의 한 병원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며 간호사로 일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훗날 그녀의 신앙과 사명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간호사로 환자들을 돌보던 중 그녀는 가톨릭 신자들과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가톨릭 교리와 성인들의 삶에 깊이 매료됩니다. 오랜 기도와 성찰 끝에 1902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그녀는 조건부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됩니다. 이 회심의 순간을 그녀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고 전해지는데, 하느님의 사랑이 순식간에 자신에게 부어졌고 그 사랑에 응답하는 유일한 길은 희생임을 깨달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만큼 강렬하고 진실한 체험이었던 것이지요.
회심 이후 그녀는 로마로 건너가 14세기 신비가였던 스웨덴의 성 브리짓타가 세운 브리짓타 수도회에 입회할 뜻을 품게 됩니다. 문제는 이 수도회가 종교개혁의 여파로 유럽 전역에서 거의 소멸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1520년대부터 1590년대 사이, 스칸디나비아와 영국, 독일 지역의 수도원 대부분이 개신교 세력에 의해 해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1906년 정식으로 수도서원을 하고, 1911년 로마에 새로운 활동 지회를 세우며 수도회 재건이라는 실로 어려운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후 그녀의 활동은 스웨덴, 영국, 인도 등지로 확장되었고, 1940년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찾아옵니다. 로마의 수녀원 원장으로 있던 그녀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도망친 유대인 약 60여 명을 자신의 수도원에 숨겨주며 목숨을 걸고 그들을 지켜냈습니다. 이 공로로 그녀는 훗날 이스라엘 야드 바셈으로부터 '열방의 의인'으로 공식 인정받게 됩니다. 종교와 국적을 초월한 이 헌신은 지금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목입니다.
그녀는 1957년 4월 24일 로마에서 선종했으며,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되었고, 2016년 6월 5일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정식으로 시성되었습니다. 이는 스웨덴 출신으로는 종교개혁 이후 600년 만에 나온 첫 성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사건이었습니다. 격변하는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이념 갈등이 세상을 뒤흔들던 시기에도 그녀는 신앙과 사랑을 실천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종교를 넘어선 사랑과 희생, 이것이 바로 그녀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 마리아 엘리자베트 헤셀블라드 관련 역사적 사건 연표
| 연도 | 사건 내용 |
|---|---|
| 14세기 | 스웨덴의 성 브리짓타에 의해 브리짓타 수도회 창설 |
| 1520~1590년대 | 종교개혁 여파로 유럽 각지의 브리짓타 수도원 대부분 해체 |
| 1870년 | 스웨덴 포글라비크에서 마리아 엘리자베트 헤셀블라드 출생 |
| 1888년 | 미국으로 이주, 뉴욕에서 간호학 수학 및 간호사로 활동 |
| 1902년 | 가톨릭으로 회심, 조건부 세례 받음 |
| 1906년 | 브리짓타 수도회 정식 수도서원 |
| 1911년 | 로마에 새로운 활동 지회 설립, 수도회 재건 시작 |
| 1940년 | 교황청으로부터 새 수도회 정식 승인 |
| 1939~1945년 | 제2차 세계대전 중 로마 수도원에서 유대인 약 60여 명 은신 보호 |
| 1957년 | 로마에서 선종 |
| 2000년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 |
| 2016년 |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시성 |
참고문헌 및 참고 사이트
- 바티칸 성인전(Vatican News, Bridgettine Sisters 관련 자료)
- Yad Vashem 열방의 의인 공식 기록
- Bridgettine Sisters 공식 홈페이지 역사 자료
- 가톨릭 대사전(한국천주교주교회의 발간)
'1. 성인과 교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 가브리엘 포세스 – 신앙의 젊은 순교자 (0) | 2026.07.17 |
|---|---|
|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 오푸스데이 창립자 (1) | 2026.07.16 |
| 성 가브리엘 포세스 – 신앙의 젊은 순교자 (0) | 2026.07.16 |
| 성 오스카 로메로 – 정의의 순교자 (0) | 2026.07.15 |
| 성 요한 23세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소집자 (0) | 202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