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시몬 - 열혈당원에서 사도로의 극적 변화
칼을 버리고 십자가를 택한 혁명가의 변화된 삶
1세기 팔레스타인의 뜨거운 저항 정신
기원후 1세기 팔레스타인 땅은 로마 제국의 철권통치 아래 신음하고 있었어요. 유대인들은 이방 민족의 지배를 받으며 무거운 세금을 내야 했고, 종교적 자유마저 제약을 받았죠. 이런 상황에서 로마에 대한 저항 정신이 곳곳에서 들끓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집단이 바로 '젤롯당(열혈당)'이었어요.
젤롯당은 단순한 정치 집단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라고 믿었고, 로마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거나 세금을 내는 것 자체를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했죠. 이들은 게릴라전을 벌이며 로마 관리들을 암살하고, 로마에 협력하는 동족들도 처단했어요.
바로 이런 열혈당원 중 한 명이 시몬이었어요. 복음서에서는 그를 '가나안족 시몬' 또는 '열심당원 시몬'이라고 부르고 있죠. 그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워요. 폭력으로 로마를 몰아내려던 혁명가가 어떻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도가 될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과의 만남, 그리고 놀라운 선택
시몬이 어떻게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아 열두 제자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사실이죠. 이건 정말 파격적인 선택이었어요. 로마를 증오하고 무력으로 저항하던 젤롯당원을 제자로 삼는다니 말이에요.
더욱 흥미로운 건 열두 제자 안에 시몬과 정반대 성향의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점이에요. 바로 세리였던 마태오죠. 로마에 저항하는 시몬과 로마를 위해 일하는 마태오가 같은 공동체에서 지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어요. 이는 예수님의 복음이 얼마나 강력한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죠.
시몬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직접 기적을 목격하고 가르침을 들었어요. 그런데 예수님의 메시지는 시몬이 그동안 믿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죠. "원수를 사랑하라",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돌려대라" 같은 말씀들은 무력 투쟁을 신봉하던 시몬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십자가 사건과 부활의 증인이 된 혁명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 때 시몬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마도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절망에 빠졌을 거예요. 그동안 메시아로 믿었던 분이 로마의 십자가형으로 죽임을 당했으니 말이에요. 젤롯당원 시절의 시몬이었다면 아마 복수를 다짐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목격한 시몬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죽음조차 이기신 예수님의 권능을 체험한 후, 그는 무력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죠. 과거에는 칼로 로마를 물리치려 했지만, 이제는 십자가의 사랑으로 온 세상을 구원하려는 사명을 품게 되었어요.
오순절에 성령을 받은 후 시몬의 변화는 더욱 확실해졌어요. 한때 증오와 분노로 가득했던 마음이 이제는 사랑과 용서로 넘쳐났거든요. 이런 변화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을 거예요. 그토록 강경했던 젤롯당원이 이제는 평화의 사도가 된 거니까요.
복음 전파의 길 - 먼 땅까지 이어진 사명
초대 교회 전승에 따르면 시몬은 적극적으로 복음 전파에 나섰어요. 먼저 이집트에서 선교 활동을 했다고 전해지죠. 당시 이집트는 헬레니즘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곳이었는데, 유대인 출신인 시몬이 그곳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이후 시몬은 더 먼 곳으로 선교 여행을 떠났어요. 키레나이카(현재 리비아 지역), 모리타니아(현재 모로코 지역)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당시 교통수단과 통신 기술을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모험이었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한 거예요.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시몬이 유다 다대오(타대오)와 함께 선교했다는 전승이에요. 두 사도가 팀을 이루어 페르시아와 아르메니아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다고 해요. 과거 혼자서 게릴라전을 벌이던 시몬이 이제는 동료와 함께 협력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거죠.
순교의 영광 - 칼을 버리고 십자가를 선택한 삶의 결말
시몬의 순교에 대해서는 여러 전승이 전해지고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페르시아에서 순교했다는 것이에요. 현지 마술사들과 우상 숭배자들이 시몬의 복음 전파를 방해하려 했고, 결국 그는 톱으로 몸이 잘려 순교했다고 전해져요. 정말 참혹한 죽음이었지만, 시몬은 끝까지 신앙을 지켰다고 해요.
또 다른 전승에서는 시몬이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고 나와 있어요. 과거에는 로마의 십자가를 증오했던 그가, 이제는 예수님과 같은 방법으로 순교함으로써 신앙을 증명한 거죠. 이보다 더 극적인 변화가 또 있을까요?
시몬의 순교 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기원후 65-70년경으로 추정돼요. 이 시기는 네로 황제의 박해가 절정에 달했던 때이기도 하고, 유대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이기도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시몬이 그토록 바라던 로마에 대한 저항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그는 이미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죠.
시몬이 남긴 세계사적 교훈
성 시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정말 깊어요. 무엇보다 '진정한 변화'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는 단순히 종교를 바꾼 게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완전히 전환했어요. 증오에서 사랑으로, 폭력에서 평화로, 복수에서 용서로 말이에요.
또한 시몬의 이야기는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어요. 아무리 정의로운 목적이라고 해도 폭력으로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걸 보여주죠. 시몬은 예수님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저항, 즉 사랑과 희생을 통한 변화의 길을 발견했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몬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해요. 정치적 갈등, 사회적 불평등, 국제 분쟁 등 여러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요? 시몬처럼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사랑과 용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요?
현대적 의미와 영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도 '시몬'과 같은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어요. 극단적인 이념에 빠져 있거나, 증오와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들 말이에요. 시몬의 이야기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줘요. 아무리 완고하고 극단적인 사람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시대에 시몬의 이야기는 더욱 의미 있어요.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동체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거든요. 젤롯당원 시몬과 세리 마태오가 함께 제자 공동체를 이뤘던 것처럼 말이에요.
가톨릭 교회에서는 매년 10월 28일을 성 시몬과 성 유다의 축일로 기념하고 있어요. 이날이 되면 전 세계 교회에서 이 두 사도의 삶을 되새기며, 그들이 보여준 변화와 희생의 정신을 본받으려고 노력하죠. 한때 극단주의자였던 시몬이 이제는 평화와 사랑의 상징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