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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경과 번역의 역사/라틴어 불가타, 70인역, 초기 성경 전승

유대교와 기독교 성경 전승의 차이: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신앙 전통의 분화

by 기쁜소식 알리기 20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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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좌우에 날 선 그 어떤 칼보다도 예리하다" (히브 4,12)

인류 종교사에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경 전승 차이는 단순한 종교적 견해 차이를 넘어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이 차이는 로마 제국의 박해,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 디아스포라의 고난 등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형성되었습니다. 천주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전승의 분화는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진리를 보존하고 전수하려는 신앙 공동체들의 숭고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그리스도교 교부들과 유대교 랍비들이 각각 자신들의 신앙 전통을 지키기 위해 보인 헌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

성경 정경의 확정 과정은 단순히 종교적 결정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 이후 유대교는 생존을 위해 경전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했고, 반면 초기 그리스도교는 복음 전파를 위해 보다 포용적인 접근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의 차이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성경 전승의 분화를 낳았으며, 이는 종교사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사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대교 성경 전승의 형성과 특징

유대교의 성경 전승은 바빌론 포로기(기원전 587-538년)와 페르시아, 헬레니즘 시대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기원후 90년 얌니아 회의에서 바리새파 랍비들은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를 중심으로 유대교의 경전 범위를 24권으로 확정했습니다. 이는 후에 그리스도교에서 39권으로 세분되는 구약성경과 동일한 내용이지만, 분류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유대교에서는 토라(율법서) 5권, 네비임(예언서) 8권, 케투빔(성문서) 11권으로 나누어 타나크라고 부릅니다.

유대교 타나크 구성

토라(律法書, 5권):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네비임(預言書, 8권):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 이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 12소예언서

케투빔(聖文書, 11권): 시편, 잠언, 욥기, 아가, 룻기, 애가, 전도서, 에스더, 다니엘, 에즈라-느헤미야, 역대기

유대교에서 외경으로 분류된 문헌들은 주로 히브리어 원본이 없거나 헬레니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정경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 적용은 로마 제국의 압제 하에서 유대교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강했습니다. 특히 기원후 1-2세기 그리스도교와의 분리 과정에서 유대교는 더욱 보수적인 경전관을 확립했으며, 이는 민족의 순수성과 종교적 정통성을 지키려는 절박한 노력이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성경 전승

초기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에서 분화되면서도 보다 포용적인 경전관을 발전시켰습니다. 사도들과 초기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면서 그리스어 칠십인역 성경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 칠십인역에는 유대교에서 후에 외경으로 분류한 문헌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천주교회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구약성경 46권과 신약성경 27권, 총 73권을 정경으로 인정합니다. 이는 트렌트 공의회(1546년)에서 공식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성경 정경 비교

구분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
구약 24권 (39권 내용) 46권 39권
신약 인정하지 않음 27권 27권
총 권수 24권 73권 66권

천주교회가 인정하는 제2경전(토비트, 유디트,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마카베오 상·하권과 다니엘서와 에스터서의 일부 추가 부분)은 단순히 추가된 문헌이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영적 양식으로 사용되어온 소중한 전승입니다. 이러한 문헌들은 헬레니즘 시대 유대인들의 신앙과 지혜를 담고 있으며, 특히 마카베오서는 종교 자유를 위한 순교 정신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언이기도 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교부들인 성 아우구스티노, 성 예로니모 등은 이미 4-5세기부터 제2경전의 영감성과 권위를 인정했으며, 이는 천주교회의 일관된 전통이 되었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세계사적 의미

성경 전승의 차이는 단순한 종교적 견해 차이가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집니다. 로마 제국의 유대 정책, 헬레니즘 문화의 확산, 초기 그리스도교의 선교 활동 등이 모두 경전 형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모두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유대교는 성전 중심의 제사 종교에서 랍비 중심의 학습 종교로 변화하면서 경전의 권위를 더욱 강조했고,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새로운 제사로 이해하면서 복음서와 사도서신을 새로운 경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중세 시대를 거치며 이러한 차이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유대교는 탈무드 전통을 발전시키면서 구전 토라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그리스도교는 교부들의 해석과 교회 권위를 통해 성경의 의미를 발전시켰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는 개신교가 유대교의 히브리어 경전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또 다른 전승의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경 목록 대신 유대교에서 정경으로 인정된 구약성경 39권을 수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선택을 넘어 권위의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적 이해와 일치의 모색

20세기 들어 고고학적 발견과 성서학 연구의 발전은 성경 전승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1947년 사해 문서의 발견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해 문서에서 제2경전의 일부가 히브리어 판본으로 발견되자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만 구약성서로 정할 수 있다"는 개신교의 입장은 입지가 약해졌습니다. 이러한 발견들은 고대 유대교 자체가 현재보다 훨씬 다양한 경전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현대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유대교와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시대」 선언을 통해 유대교를 그리스도교의 뿌리로 인정하고, 반유대주의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이는 2천년간 이어진 대립과 오해를 치유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또한 현대 성서학의 발전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학자들 간의 학술적 협력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서로의 전승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6년 로마 회당을 방문하면서 유대인들을 "신앙 안의 형제들"이라고 불렀으며, 이는 가톨릭 교회의 유대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신앙 전승의 지속과 발전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성경 전승 차이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살아있는 전통입니다. 각 종교 공동체는 자신들의 경전을 통해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유대교의 랍비 전통과 그리스도교의 교부 전통은 모두 성경 해석의 풍부한 유산을 제공하며, 이는 오늘날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천주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전승의 차이는 하느님의 계시가 인간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전수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성경은 단순한 고대 문헌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삶과 기도, 투쟁과 희망이 녹아있는 살아있는 전통입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전승을 이해하는 것은 하느님의 크신 뜻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미래의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도 이러한 역사적 이해는 필수적입니다.

성경 전승 발전사

시대 주요 사건 유대교 그리스도교
기원전 3세기 칠십인역 번역 헬레니즘 유대교 경전 후에 초기 교회에서 사용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 경전 범위 논의 시작 사도들의 복음 전파
90년경 얌니아 회의 타나크 24권 확정 초기 교회 발전
2-4세기 교부시대 탈무드 편찬 신약성경 형성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 랍비 유대교 확립 성경 정경 73권 인정
1546년 트렌트 공의회 중세 유대교 발전 가톨릭 정경 공식 확정
1947년 사해 문서 발견 고대 유대교 재조명 성서학 새로운 전환점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현대 유대교 유대-그리스도교 대화

참고문헌 및 사이트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교회 교리서』

• 레이몬드 브라운, 『신약개론』, 분도출판사

• 브루스 메츠거, 『신약성경 정경론』, 기독교문서선교회

• 교황청 성서위원회, 『성경 해석』,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헌장』

• 한국가톨릭성서학회, 『성서학 입문』

• 프랭크 크로스, 『고대 이스라엘 도서관』, 대한기독교서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www.cbck.or.kr)

• 바티칸 공식 홈페이지 (www.vatican.va)

※ 본 글의 모든 내용은 공개된 학술 자료와 교회 공식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천주교적 관점에서의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 성경 전승의 차이: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신앙 전통의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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